인사 말씀
안녕하십니까?
소암미술관은 지역 예술대학과 연계하여 매년 신진 작가들의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품고 있는 청춘의 열기와 순수함은 그 자체로 신선한 감동을 주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아직 여물지 않은 풋풋한 과일과 같은 생생한 작품들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상상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작가 스스로 분명히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로서의 작품들은 결코 가벼운 결과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들은 동시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반영하고 있으며, 예술 세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치열한 표현의 시도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생명과 자연의 순환적 관계를 표현하는 성윤호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합니다.성윤호 작가는 인식의 틀을 깨고 형이상학적 세계를 도식화한 점,선,면의 추상적인 작품들로 인간과 영혼의 순환적 의미를 탐구합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필연적인 운명과 삶의 깊이를 성찰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소암미술관은 신진 예술가들이 더 넓은 창작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우너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진지한 창작 태도를 지지하며, 지역 예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후원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소암미술관장 양 동 호
전시 서문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생사의 문제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천착(穿鑿)했던 주제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윤호작가의 ‘Loop–점,선,면의 순환(cycle of life)에 대한 이미지 재구성’도 오랫동안 작가가 연구해 온 생사관을 작품으로 선보이는 매우 뜻깊고 신선한 전시입니다.
첫째, 삶과 죽음, 새로운 시작을 불교의 윤회와 생사관, 무와 균형, 도와 자연에서 찾고 있습니다. 동양철학에서 삶과 죽음이란, 무한한 과정의 일부이자 불변하는 균형의 일부로서 죽음은 곧 삶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깨달아 균형을 찾아가게 됨을 무(Nothingness)와 균형으로 말합니다. 또한, 도가철학에서 말하는‘도’, 또는‘길’이란, 자연의 원리를 의미하며 ‘도’는 모든 것의 근본이자 원천이라고 여깁니다. 따라서 삶과 죽음이란 이러한 도의 일부로서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인간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서 삶과 죽음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으로 생의 순환을 바라봅니다.
둘째, 작가는 ‘LOOP = INFINITY(무한성, 무한)인가? 라는 명제에서 출발하여 순환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회화적 요소인 선과 재료(돌가루), 그리고 색을 사용한 표현 가능한 기법들을 시도합니다. 점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선의 형상을 통해서 생의 과정을 표현하고, 재료인 돌가루는 사물과 인간의 죽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다시 생성(결합)되어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색을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연결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셋째, 작가는 생의 시작 단계인 생명 탄생의 원시모습을 원과 선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얀색 선을 통해서 나무의 성장을 생의 흐름으로, 검은색 선을 통해서 나무가 죽어가는 과정을 생의 마침으로, 생의 시작과 끝의 분기점을 흰색 나무의 대칭형 자람으로, 죽음 이후 생이 시작되기 전을 선과 도형으로 표현되는 생의 파괴의 단계로 도식화합니다.
넷째, 미디어매체를 이용한 살풀이는 영혼(물질)의 귀환으로 새로 태어나는 생(자연)이 받아가는 기운으로 봅니다. 그리고 “오방(五方)과 색동의 조화 – 생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이미지의 재구성은 피에트 몬드리안 작품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몬드리안의 직선과 오방색, 그리고 전통 색동을 교합한 작품들을 통해서 직선과 오방색이 뜻하는 방향성을 색동과 더불어 랜덤하게 채워 넣음으로써 다시 태어나는 생명들이 어디에서 무엇으로 태어나는지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이번 전시는 생의 순환을 ‘Loop’라는 단순화된 이미지로 나타내고 형태와 색채를 가미하여 인간의 삶과 자연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순환이 주는 방향성은 우리 모두에게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고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향후 작가는 의식과 재료, 표현기법을 미니멀리즘화하는 작업과 순환에 대한 이론연구 및 그에 따른 작품의 형식적 변화도 모색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학예연구사 양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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