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사 말
갑진년(甲辰年) 여름의 끝자락을 보내며 소암미술관에서는 노여운 기획초대전 「머무르다: 집, 사람 기억」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도시화와 함께 변화해 온 집의 의미를 탐구하며, 삶의 흔적에 대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입니다.
집은 우리의 안식처이자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한옥에서 양옥으로 그리고 다시 아파트로 변모해 온 집은 우리의 정서와 기억까지 변화시켰습니다. 노여운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예술로 표현하여, 도시화 이전 골목길과 그 속에 살아있는 집의 따스한 온기를 작품에 담아냈습니다. 그의 작품 속 집들은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가족이 함께한 따뜻한 기억을 전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노여운 작가가 화폭에 담아낸 옛집들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곳에서 피어났던 삶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일깨우고, 삶의 깊은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며 새로운 활력과 영감을 얻으시길 기대합니다.
소암미술관장 양동호
전시 서문
우리가 살아왔었던 삶의 흔적들은 그만큼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옛 주택가는 유년 시절을 보냈던 추억들과 생계유지를 해왔던 유일한 공간으로도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산업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모든 것이 변화되어 가고, 옛것에 대한 그리움이 더 아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될 노여운 작가는 소외되어 가는 주택가들의 모습을 사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그곳에서 느껴지는 향수를 그려내었다. 노여운 작가는 아담한 벽돌집, 기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오래된 주택가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에 낡은 집들을 다시 보수하며 그곳에서 생계유지를 해왔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을 떠올리곤 하였을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자신의 삶의 안식처이자 따스한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때로는 그곳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활상을 오랫동안 묻혀있는 공간으로 해석한다.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들, 꽃 화분들, 그리고 모아두었던 폐품들까지 그곳의 사람들에게는 전통과 역사가 담겨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들이 도심에 자리를 잡으면서부터 이러한 삶의 흔적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노여운 작가는 이러한 시점에서 자신이 살아왔었던 공간이 없어져 가는 점을 포착하여 자신의 삶의 흔적을 다시 상기시킨다. 옛집에 살아왔었던 애착이 묻혀있었기에 자신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왔었던 사람들의 환경을 기록하게 되는 역사의 현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의 컨셉을 바탕으로 모든 시민들이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자 삶의 안식처의 역할을 하는 예술 공간이 되고자 한다. 현실에 지쳐있는 모든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다양한 전시를 제시함으로써, 그야말로 도심 속 예술향유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학예연구사 양 호 열
리뷰컨텐츠는 현재 페이지의 본문내용에 다시 접근할 수 있도록 링크를 제공합니다.